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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태백·동해_2일차(3)_삼본아파트·서울의 숲·피그모텔·한섬해수욕장(한섬해변)·한섬감성바닷길·한섬해안길·냉면권가
    기행/국내 2024. 5. 5. 07:49

    개인적으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참 좋아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여주인공 은수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 바로 동해 삼본아파트다. 숙소로 향하다 우연히 삼본아파트 마주해 뜻밖에 감성에 젖었다. 어디선가 "라면...먹고 갈래요?"라는 은수의 고백 아닌 고백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멋쩍게 묻던 상우의 서글픈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김윤아가 부른 동명의 주제가 '봄날은 간다'를 생각하며 잠시 동네를 거닐다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이상하게 알려줘 생각지도 못한 서울의 숲에 닿았다. 2022년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동행시 발한동 산불피해지에 서울시와 동해시 공동협력 사업으로 조성되는 숲이라고 한다. 아직은 다소 황량하게 느껴졌는데 언젠가 이곳이 푸르게 우거진 날 다시 오고 싶다.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동해 숙소인 피그모텔에 도착했다. 혼자 여행 다닐 땐 주로 도미토리나 게스트하우스의 저렴한 싱글룸을 선호하는데, 잘 찾아보면 모텔도 괜찮은 곳들이 많은 것 같다. 피그모텔은 동해 시청 근처 대로에 자리해 찾기 편했고, 시내와 한섬해수욕장까지 걸어갈 수 있어 좋았다. 체크인하고 씻은 뒤 잠시 쉬었다. 이른 아침부터 충분한 준비 없이 설산을 오르내려 꽤나 피곤했다.

    다시 나와 한섬해수욕장 혹은 한섬해변으로 불리는 바닷가로 향했다. 동해시청 그리고 시내와 생각 이상으로 가까웠다.

    해변엔 목재 덱으로 조성된 산책길, 한섬감성바닷길이 있어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걱정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조형물도 많아 여행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것 같다.

    쭉 걷다가 사람들이 앞서가기에 별생각 없이 근처 야산에 올랐는데 분위기가 해안 초소 같았다. 내가 군 생활할 땐 23사단이 주로 동해안 해안 경계를 섰었는데 요즘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다만 모든 젊은 장병들이 부디 모두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해안 산책길 끄트머리에 서서 잠시 파도를 바라봤다. 끊임없는 물결을 보고 있으려면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속절없이 함께 떠오르는 이름들, 얼굴들, 존재들을 홀로 간직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해변 바로 옆엔 동해선 철길이 지나간다. 운 좋게 스쳐가는 열차도 마주했다. 자연스럽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계관이 풍경에 포개진다. 

    한섬해변에서 한섬방파제 방향으로는 한섬감성바닷길과는 또 다른 느낌의 한섬해안길이 있다. 바다를 곁에 두고 산의 능선을 오르내릴 수 있다. 한적하다 못해 으슥할 정도로 사람이 없는 길을 바다를 벗 삼아 걸었다.

    뜻밖의 철책보전구간도 있었다.

    동해인 줄 알면서도 일몰 시간인 6시 17분에 맞춰 다시 해변에 갔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라(?) 혼자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일상적이고 특별한 여행의 순간으로 남았다.

    저녁은 평양냉면 처돌이(?)로서 시내에 위치한 냉면권가에 갔다. 동해에 개업한 건 3대째 70년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평양냉면 달인으로도 출연했다고 한다. 숙소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라 포장을 했는데 국물을 부어서 주시더라. 나도 모르게 근대 냉면 배달부에 빙의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냉면이 부는 건 범죄이니까(?).

    짧은 동해 여행의 마지막 밤을 자축하며 냉면권가 냉면과 거동탕수으로 거하게 늦은 저녁 식사를 했다. 슴슴한 냉면과 새콤달콤한 탕수육이 어우러져 뜻밖의 극락에 닿았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를 보다 뜬금없고 감사한 소개팅 제안을 거절하며 홀로 행복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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