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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롯데월드 어드벤처
    일상/일상 2023. 6. 13. 22:51

    평생 친할 것 같던 이들과 소원해지는 경우는 어떻게든 지속된다. 삼십 대가 된 뒤 회자정리가 자연스럽다는 걸 깨닫고 나니 이제는 결혼이 그나마 남은 이들을 각자 다른 시절로 분리하는 느낌이다. 나는 고독이 편한 사람인데도 가끔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에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거자필반이란 말을 실감하며 믿음과 인연에 대한 여유도 늘어간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마음의 결핍을 채워주곤 한다. 원래도 친했지만 요즘 부쩍 더 가깝게 지내는 귀한 대학 후배들 덕분에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다녀왔다. 내가 기억하기로 2016년에 첫 직장 동기들과 창사 기념일에 맞춰 온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경기도인으로서 너무 일찍 도착해 혼자 산책하며 잠실 일대를 구경했다.

    기다리니 일행들도 연달아 와서 같이 입장했다.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서로 의아해하는 게 참 유유상종이다 싶어 편안하다. 막상 들어가니 함께 들뜨는 것도 해맑게 즐거웠다.

    기분이 좋으니 식고 질긴 추로스조차 왠지 맛있게 느껴진다. 월드 모노레일로 시작해 정글 탐험 보트까지 타며 나름 열심히 어트랙션에 탑승했다. 외향적인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으나 기질적으로 내향적인 삼십 대 셋은 인파 속에서 금세 진이 빠졌지만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당을 충전하고 드래곤 와일드 슈팅과 회전목마까지 즐겼다.

    대망의 아트란티스는 거의 1시간 30분을 기다려 탔다. 오래간만에 타니 더 신나더라. 문득 십 대 때 학교에서 견학 와 한참 기다리던 기억이나 월비 동기들과 이십 대에 왔던 추억 등이 새록새록 떠올라 더 좋았다. 미처 모를 뿐 이 하루도 언젠가 그렇게 떠오를 소중한 시간이겠지.

    나가는 길에 마침 퍼레이드가 있어 운 좋게 잘 봤다. 우리 앞에 선 학생들이 순수한 환호성과 손 하트로 퍼레이드 공연자들과 소통하며 즐기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멋지고 부러웠다.

    동행한 벗들 덕분에 뜻하지 않은 행복을 누린 하루였다. 관계에 있어 억지 노력에 그치느니 차라리 초연하려고 애쓰던 인색한 선배에게 인정을 더해준 후배들에게 많이 배운 날이기도 했다. 덕분에 지금의 간격과 별개로 삶을 나누던 많은 이름에 내심 조용한 응원을 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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