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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토마스 쿡 단독 콘서트 '우리, 흔적도 없이'
    문화생활/공연 2021. 7. 30. 21:46

    시절마다 나이테처럼 영원히 남는 노래들이 있다. 고등학교 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달래던 라디오에서 우연히 만난 마이 앤트 메리(My Aunt Mary)는 그렇게 내 20대의 옹이가 됐다. 우연하게도 그들의 마지막 앨범은 나의 10대 끝과 맞닿아 있다. 보컬이었던 정순용 님만이 토마스 쿡(THOMAS COOK)이란 이름으로 가끔 새로운 노래를 들려주곤 한다. 신곡 발매를 기념해 THOMAS COOK CONCERT '우리, 흔적도 없이'가 있었다. 우연히 그 소식을 알고 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예매했다. 공연은 벨로주 홍대에서 열렸는데 그 흔한 공연 포스터 하나 없어 조금 헤맸다. A4 용지에 가슴의 이름과 간단한 일정만 써놓고 맞이하는 콘서트라니 왠지 알지도 못하는 그답다는 생각이 든다.

    않아서 한 20분 정도 기다렸는데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설렜다. 이번 신곡인 '우리, 흔적도 없이'가 반복해서 흘러나온다. 들어도 들어도 좋고 뭔가 다른 의미가 발견된다. 나의 스물을 곱씹고 서른을 가늠했다.

    토마스 쿡은 8시 5분이 돼서야 무대에 올랐다. 내 뒤에 앉은 분들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인 듯 큰 소리로 회포를 풀고 계셨고 전반적으로 좀 복작거리는 분위기였는데 그가 올라 5분 정도 숨을 가다듬으니 어느새 적막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이번 신곡인 '우리, 흔적도 없이'로 시작했다.

    사라진 불빛, 둘만의 노래, 파도타기, 불면 등 얼핏 알지만 덜 익숙한 노래들을 새겨 들었다.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부를 때는 뭔가 지금의 내가 겹쳐져 울컥했다. 정말 청승인데 혼자 와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집으로 오는 길을 연이어 부르실 땐 소름이 돋았다. 노래 사이에 감정선을 가담듬곤 했는데 특히 한참 그러기에 왠지 '그래 안녕'을 부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부를 땐 혼자 놀랐다. 친구들한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추천한 적이 있는데 다들 나답게 너무 쳐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성숙과 희망으로 다가오는 노래였다. 왠지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엄청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솔직하게' 후렴구를 떼창으로 부르고 '청춘'의 휘파람 부분을 같이 부르는 등 거기 있는 사람들과 노래를 통해 잠시나마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앙코르 곡으로 '특별한 사람'까지 불러 주셨다. 미처 듣지 못한 사랑하는 노래들이 많은 가수고 최애 곡 중 하나인 'Night blue'를 못 들어 특히 아쉬웠지만 그보다 더 행복했다. 더할 나위 없었다. 9시 30분 즈음 꿈같던 시간이 끝났다.

    나는 10대 말미에 그의 노래를 처음 알았고 치열했던 20대를 보낸 뒤 여전히 방황하는 서른을 보내고 있다. 그의 노래를 알고 어느새 10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이십대가 지나며 많은 것이 변했을지언정 여전히 같은 목소리를 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새삼 감사했다. 가사 하나하나 얼마나 솔직한 이야기인지,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승화했는지 깨달았다. 덕분에 노래에 담긴 내밀한 진심을 한껏 누린 시간이었다.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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