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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이탈리아 기행_5일차(4)_피렌체_우피치 미술관(feat. 보티첼리·레오나르도 다 빈치·카라바조...*)
    기행/해외(유럽) 2019. 4. 7. 16:36

    오전에 아카데미아 미술관, 오후에 우피치 미술관에 가는 한나절이라니! 어떻게 보면 참 호사스럽고, 또 어찌 보면 참 호기로운 일정이었다. 오후 두 시 반쯤 도착했는데 이미 기다리는 줄이 꽤나 길었다. 미술관이라 그런지 다양한 국적의 가이드 투어 그룹이 많았다. 다행히 나는 2시 45분 입장으로 미리 예약해두어 십분 정도 기다린 뒤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많은 사람 가운데 요리조리 먹이 찾는 비둘기가 괜히 위태로워 보여 자꾸 눈에 밟혔다. 

    행복하자 우리...*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의 '우피치'는 이탈리아어로 '사무실 혹은 집무실'을 뜻한다고 한다. 16세기부터 미술관으로 쓰이기 전까지는 메디치가의 집무실로 쓰였다고 한다. 1737년 메디치가의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Anna Maria Luisa de'Medici)가 가문의 미술품과 함께 토스카나 대공국에 기증하여 이렇게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되었다. 최초의 현대적 미술관 중 하나로 소장품만 2,500여 점에 달한다. 그래서 가이드 투어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베네치아에서 동행했던 친구가 보내준 pdf 자료를 등불 삼아 둘러봤다. 

    여... 여기가 사무실 아니 우피치입니까?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역시 기독교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었다. 시에나 화파의 거장인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의 수태고지가 눈에 띄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수태를 알리는 장면인데, 인물들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상당히 정적으로 다가왔다.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의 '수태고지'

    워낙 유명한 소장품이 많다 보니 미술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눈에 익숙한 그림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의 우르비노 공작 부부의 초상(The Duke and Duchess of Urbino)이었다.  'Diptych of Federico da Montefeltro and Battista Sforz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초상화의 주인공이 바로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그리고 바티스타 스포르차이다. 페데리코는 당대 최고의 용병이자, 문무를 겸비한 통치자로서 우르비노 공국을 강성하게 키워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가 아들을 낳은 뒤 세상을 떠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 그림을 의뢰했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는데, 먼저 페데리코는 마상시합 중 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었다고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왼쪽 측면을 그렸다고 한다. 또 바티스타 부인의 피부가 유난히 창백한 것은 이미 죽은 뒤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그림 뒷면에는 한 쌍의 유니콘이 이끄는 마차에 타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있다. 죽음으로 갈라진 삶과, 죽음으로도 가르지 못한 사랑이 그림에 담긴 듯했다.

    사랑이 뭘까 난 그게 참 궁금해...*

    파울로 우첼로(Paolo Uccello)가 그린 산 로마노 전투(The Battle of San Romano)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세 개의 연작으로 이뤄진 작품인데 그중 하나만 우피치에 남았다. 1432년 있었던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의 산 로마노 전투를 묘사한 그림인데, 바닥에 쓰러진 말과 병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파울로 우첼로(Paolo Uccello)의 산 로마노 전투(The Battle of San Romano)

    특히 죽어가며 슬픈 눈을 한 말 한 마리가 자꾸 눈에 밟혔다. 저 말은 무슨 죄인가... 저 말의 죽음에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Cui bono?

    좀 걷다 보니 사람들이 유별나게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바로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봄(Primavera)이 있었다.

    봄을 그렸나 봄

    그림 중앙에 아름다움의 신 아프로디테(혹은 비너스)와 사랑의 큐피드(혹은 에로스)가 있고 그 외 다양한 신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 꽃의 신 클로리스를 떠밀고 있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의 모습이 강렬하다.

    봄을 그린 그림을 봄

    그리고 곧이어 역시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을 마주했다. 정말 너무 유명해서 나조차도 한눈에 알아본 작품. 유명세가 작품의 꼭 감동으로 이러지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아는 사람 없는 타지에선 더더욱...* '봄'에도 나왔던 제피로스와 클로리스 부부 그리고 아프로디테(비너스)를 다시 한번 마주했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아프로디테(비너스)의 오묘한 표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신이어도 삶의 '슬픔'은 마찬가지인 걸까? 왠지 덤덤하게 슬픔을 미리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물결의 세밀한 묘사도 자꾸 눈이 갔다.

    로소 피오렌티노(Rosso Fiorentino)의 음악의 천사(Musical Angel)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움의 극치였다. 다만 아이로 묘사된 천사가 조금 지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는 화가의 투영일까 아님 나의 투영일까....*

    로소 피오렌티노(Rosso Fiorentino)의 '음악의 천사(Musical Angel)'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자화상(Self-portrait)에선 청순함(?)이 느껴졌다. 동시에 젊은이가 세상에 던지는 물음표 혹은 청춘의 고독이 담겨있는 듯했다.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자화상(Self-portrait)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둘러본 뒤, 또 한 번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가보았다. 일명 티션(TITIAN)이라고도 불리는 티치아노(Tiziano Vecellio)의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Venus of Urbino)가 있었다.

    이곳에만 가이드 투어가 몇 팀이던지!

    뇌쇄적, 관능미 등의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 작품이었다. 한편으론 마크 트웨인이 "가장 역겹고 혐오스러우며 음란한 그림이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라고 말했듯 성적 상품화 등의 단어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자신의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관객 혹은 관습을 도발하는 느낌이 들었다.

    티치아노(Tiziano Vecellio)의 우르비노의 비너스(Venus of Urbino)

    안드레아 델 베키오(Andrea del Verrocchio)의 그리스도의 세례는 그 작품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그 못지않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유명하다. 

    안드레아 델 베키오(Andrea del Verrocchio)의 그리스도의 세례

    천사 중 왼쪽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오른쪽은 스승 안드레아 델 베키오가 그린 것이다. 후문에 따르면 제자의 뛰어난 그림을 본 스승은 이후 조각에 전념했다고 하는데, 오른쪽 천사의 모습이 스승의 놀람을 담고 있는 것만 같다.

    내가 호랑이새ㄲ... 아니 천재 제자를 두었구나...*

    이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의 첫 단독 작품으로 알려진 수태고지(The Annunciation)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던 점은 큰 그림임에도 배경 하나하나 섬세하게 공들였다는 점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배 하나도 허투루 그리지 않은 느낌?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의 수태고지(The Annunciation)

    미술관 관람의 끄트머리에 이르러선 르네상스의 탕아,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의 메두사(Medusa)도 마주할 수 있었다.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는데, 그 생명력과 흡입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머리에 매달린 뱀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했고, 무엇보다 메두사의 질감과 표정이 어마어마하게 생동감 넘쳤다. 괜히 자꾸만 곁눈질하게 되던 작품이었다.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의 메두사(Medusa)

    같은 공간에 카라바조의 바쿠스(The adolescent Bacchus)도 있었다. 메두사와 비교해 비슷한 동시에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뭔가 '한잔해~'라는 여유가 느껴지는 동시에 '젊은 짧다네. 젊은 친구^^'라는 메시지가 느껴졌다.

    카라바조의 '바쿠스(The adolescent Bacchus)'

    3시간 정도 알차게 보고 나니 마침내 미술관에 끝에 다다랐다. 한나절 동안 미술관에 있었더니 좀 진이 빠졌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명화들을 직접 보다니... 안분지족을 지향할지언정 출세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안녕 우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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