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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장과 타워_광장 안의, 타워 앞의 순례자
    문화생활/책 2021. 1. 10. 22:51

    책은 네트워크와 위계제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기의 역사로 시작한다. 특히 일루미나티, 르네상스, 제국주의, 기독교(특히 종교 개혁에 관한 내용) 등의 예시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그 이후에 실리콘 밸리, SNS 등 보다 지금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수직적으로 계층화된 '위계제'와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분리되거나 상반되는 개념으로 인지할 뻔했다. 하지만 조금 더 읽어보니 위계제도 네트워크의 특정한 한 종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네트워크라 칭하는 노드 간의 연결구조가 동시다발적이고 다원적으로 이뤄졌기에, 그에 대한 접근이 다각도로 선행되어야 '본질의 이해'가 가능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정보를 다루는 기술의 발전으로 네트워크의 접근성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책에서 언급한 개념을 활용하자면 근접중심성과 연결중심성의 양적인 개선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 별개로 매개중심성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허브'의 역할을 맡은 플랫폼 혹은 개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어떤 측면에선 더 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기술의 발전이 '위계제'를 강화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단상은 정보의 양과 질적인 자정 기능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태초부터 '호모 딕티우스'(네트워크 인간)로 살아온 인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네트워크의 범람'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안에 개인으로서 무지로 죄를 범하기는 참 쉬운 것 같다. 네트워크를 통해 각자의 무력함을 딛고자 함께 끊임없이 물장구쳐야 조금이라도 서로의 익사를 막고 비로소 사회의 안녕을 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내가 느낀 이 책의 결론은 한 마디로 '답이 없다'이다. 내가 더 답이 없긴 하지만...* 아무튼 다양한 척도와 구조 등으로 여러 상황을 분석해도 전체를 파악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한 개인이 노드로서 작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확장되는 지금 이런 복잡성은 보다 고도화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더 이해를 위한 관점의 다각화와 확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다.

     

    한편 수평과 개방을 표방하나 사실상 위계적인 네트워크 속 정보격차로 인해 누군가는 '예외적으로' 보다 자유롭게 그런 한계를 뛰어넘고, 심지어 점점 더 강력한 허브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 가운데 앞서 떠올린 '답이 없다'라는 명제는 무력감보다는 약간의 위로로 느껴졌다. 기술의 발전이 꼭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미래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면 희망에 가능성과 의지를 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비록 정답은 아닐지언정 네트워크의 발전과 인과관계 등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판단은 상황 인식에 도움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눈에 드러나는 '현상'과 그에 대한 '본질'은 다를 때가 많은 것 같다. 베네데토 코트루글리, 헨리 키신저를 비롯한 치열하게 살다간 몇몇 개인의 이름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두꺼운 책이란 길을 막 마치고 광장과 타워 앞에 이른 순례자가 된 기분이다.

     

    광장과 타워
    국내도서
    저자 :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 홍기빈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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