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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 1998
    문화생활/영화 2014. 5. 14. 00:01

    나는 즐겨듣는 노래도, 좋아하는 영화도 90년대의 것들을 참 좋아한다.

    내가 90년대 생이긴 하지만 사실 나에게 90년대는 마냥 어린 시절인데...

    왜인지 나는 90년대 감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들도 90년대, 그때의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

    우리나라 멜로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심은하, 한석규 씨의 98년도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작년에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재개봉이 되기도 했던 영화...*

    정말 안타깝게도 그때 나는 외국에 있어 극장에서 다시 볼 순 없었지만...

    얼마나 많은 이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영화인지 알 수 있는 대목.


    영화는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도는 한석규(정원 역)로 시작한다.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한석규의 뒷모습.

    나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20여 년을 살아 저 느낌 안다.

    가끔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날 때면...
    참 묘한 느낌이 든다.



    그 묘한 느낌을 정원이란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 허진호 감독은 이렇게 표현했다.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리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원래 영화를 일일이 분석하며 보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 이 영화는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려 애썼다.

    위에 장례식장에 간 정원이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

    정원은 불치병에 걸렸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그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알 수 있던 장면이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내재된 죽음을 인지하고 실체화되어갈 때 정원처럼 저렇게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을까?



    이어지는 장면.

    이 영화의 메인스테이지인 '초원사진관'이다.

    드디어 다림 역의 심은하 씨도 나온다.

    주차단속원인 다림.
    다림이 사진을 현상하기 위해 사진관을 드나들며 정원과 다림은 가까워진다.

    근데 다림 첫 등장 장면, 오른쪽 하단을 보면 여학생 둘이 있는 흑백사진이 있다.

    나중에 또 나오는 중요 소재지만 다림의 첫 등장부터 화면 속에 저렇게 걸어놓다니...*



    무튼 다시 사진관...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사실 나 어릴 적까지만 해도 동네에 사진관 하나씩 있었는데...*
    (저도 90년대생 입니다...*)



    허진호 감독이 정말 좋아하는 듯한 이런 투 샷.

    동생과 수박을 먹으며 동생의 친구이자 자기 첫사랑의 얘기를 하는 정원...*



    동생과의 뒷담화가 들린 걸까...*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냉랭하던 그녀가 웬일로 사진관에 찾아온다.

    영화에서 정원의 페르소나이자 그의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는 사진관의 '창'

    창을 깨끗이 닦는 정원 앞에 나타난 전미선 씨... 아니 첫사랑 '지원'



    깨끗이 닦은 창 속 흐릿하게 보이는 그녀.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정원의 모습.



    이내 지원도 정원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야 지원을 마주할 수 있게 된 정원.



    그런 정원에게 지원이 남기고 간 부탁 하나.

    이어지는 정원의 담담한 내레이션.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 서먹하게 몇 마디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지원이는 내게 자신의 사진을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

    크... 진짜 내레이션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사실 내레이션은 참 영화적이지 못한 장치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 8월의 크리스마스 등등 내가 좋아하는 영상들에서의 내레이션은 정말...*

    따뜻하고 깊이가 있다. 그래서 정말 좋다.


    무튼 이어지는 밑의 장면에선 BGM으로 산울림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가 나온다.



    그렇게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며 죽음을 관조하는 듯한 정원...

    하지만 그도 죽음이 두렵다.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원이 자기감정을 절제하지 않는 부분...



    술을 진탕 마시고 울분을 토해내는 그가 슬프게도 오히려 더 약해 보인다...



    그런 그에게 죽음을 잊게 해주는 여자.



    밝고 맑은 다림...*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에도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



    정원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정리해간다.



    그러며 동시에 일상을 살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실 그는 살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

    사람이니까...

    이때 나오는 명대사

    "이야 화장하니까 아주 이~~뿌다~~"



    정원과 다림은 잊지 못 할 데이트도 한다.



    파워에이드로 전하는 사랑...*

    (게토레이 보고 있나?)



    그의 기억이 남겨진 운동장에서 또 다른 추억도 만들고...



    귤 두 개에 마음도 담아 본다...*



    귤이 맛있었나 보다...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

    이때 정원이 하는 얘기는 군대 얘기...*

    (정원이 형 ㅜㅜ)
    하지만 다림에겐 모든 얘기가 즐겁기만 하다.



    (여기서부턴 다소 스포이므로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주의를 요합니다.)

    그런 즐거운 시간도 잠시.

    정원은 점점 다가오는 죽음에 남몰래 울기도 하고...



    현상기 작동법, 리모컨 사용법 등...

    주위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결국 쓰러지는 정원...



    다림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못 한 정원...



    다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번이고 찾아오지만...



    그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지금 시대에서 생각하기엔 좀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이렇게 터무니없는 관계의 단절은 없을 수도 있으니...



    하지만 이건 정원의 마지막 배려였다.

    다림에겐 안 하니만 못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정원은 배려를 통해 '사랑'을 한다.



    결국 다림은 그야말로 '돌직구'를 던진다.



    산산조각 난 사진관의 유리가,

    임시로 봉해진 유리가 아픈 정원의 마음 같다.



    병원에서 퇴원해 잠시 사진관에 들른 정원.



    그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다른 지역으로 전근 간 다림을 좇아 이렇게 몰래 바라보는 것이다.



    창을 통해 시작한 사랑이 결국 창으로 가로막혔다.



    삶은 가끔 이렇게 참 잔인하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이들을 굳이 빨리 나눠야 하나...

    하지만 어쩌면 그 나눠짐 덕분에 이들은 이렇게나마 사랑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마지막까지 그저 바라보는 정원.



    그는 다림의 편지에 답장을 쓰고도
    그녀를 찍었던 사진을 인화하고도 보내지 않는다.

    그게 그의 사랑하는 방법이다.



    영화에서 '거울'이란 소재는 보통 마음의 '창'을 뜻한다.

    다른 장면보다도 어두워 보이는 거울 앞 그의 모습.



    그의 마지막 사진은 자신이다.



    그렇게 그는 사진을 남기고 짧았던 생을 마감한다.



    어느새 겨울이 왔다.

    무심하게 그의 빈자리는 다른 것들로 채워지고 잊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남아있다.

    그가 사랑했던 그의 일터에도...



    그가 사랑했던 여인에게도...



    그는 그렇게 남아있다. 존재한다.



    어쩌면 그는 삶의 일부일 뿐인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삶과 사랑을 이룰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우니 한석규 씨가 직접 불렀던 8월의 크리스마스 OST '8월의 크리스마스'

    노래도 목소리도 영상도 참 좋다...*




    이젠 너를 남겨두고 나 떠나야 해

    사랑도 그리움도 잊은 채로


    고운 너의 모습마저 가져가고 싶지만

    널 추억하면 할수록 자꾸만 희미해져


    태연한 척 웃고 있어도 너의 마음 알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의 손을 잡아주렴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태연한 척 웃고 있어도 너의 마은 알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의 손을 잡아주렴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8월의 크리스마스 (2013)

    Christmas in August 
    9.4
    감독
    허진호
    출연
    심은하, 한석규, 신구, 오지혜, 이한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7 분 | 2013-11-0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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