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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일본 여행_1일차(1)_나고야_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센트레아 나고야 중부국제공항·메이테츠선·메이테츠 버스센터·메이테츠 백화점 나나짱·패밀리마트·다카야마노히 버스센터
    기행/해외(아시아) 2023. 1. 25. 22:49

    연말에 틈이 생겨 급하게 휴가를 잡고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휴가 전주에서야 항공권을 예매하고 출국 전날까지 미처 준비를 다 못했다. 그나마 환전은 우대율이 좋은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로 미리 해뒀는데 역시 일 주 전에 신청한 카드가 출국 하루 전까지 오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출국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셔 당일 일본 금리 인상 소식으로 급격하게 오른 환율에 70% 금리 우대라는 서글픈 조건으로 급하게 추가 환전을 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 저녁에 카드가 왔다...*

     

    마침내 출발하는 날이 됐다. 옆나라 이웃나라에 가는데도 든든히 먹고 가라며 어머니가  이른 아침 갈비탕을 챙겨 주셨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 사랑을 평생 되갚을 수 없을 것이다. 든든하게 먹고 나오니 눈이 흩날리고 이미 세상이 하얗다. 가벼운 눈발이 아닌 것 같아 공항철도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갔다.

    삶을 지탱하는 생계는 고맙고 소중하지만 인간의 자유를 제한한다. 한때 타국의 오지를 다니는 게 일인 시절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회사원으로서 멀리 한 번 떠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알게 됐다. 한때 너무 자주 와 설렘을 느낄 수 없던 공항이었는데 꽤나 설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나가는 국외라 아직 실감이 안 나는 동시에 더 들떴다. 갈 때만 위탁 수하물이 있는 저렴한 표로 예매했는데 기계가 돕는 수하물 처리에 놀랐다. 어제 촌극 끝에 비싸게 환전한 엔화를 받고 탑승동에 들어가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거의 30분이나 걸렸다. 내 차례가 오기 직전 탑승 시간이 임박했다며 양해를 구하는 분들을 한 다섯 명은 먼저 보내드린 것 같다.

    10시 50분쯤 탑승한 비행기는 원래 오전 11시 10분 이륙 예정이었는데 공항 정체로 1시간 넘게 지연된 뒤 12시 20분이 지나서야 이륙했다. 오래간만에 영화 '너의 이름은'을 다시 보며 감성으로 일본 여행을 준비했다. 보통 그렇듯 우는 아기가 있었고, 의자를 전혀 젖히지 않았는데 의자를 앞으로 해달라는 뒷자리 아주머니의 요구가 난감했다. 개인적으로 저가 항공의 상대적으로 좁은 좌석에서도 큰 불편함을 느끼진 않는데 확실히 퍼스널 스페이스가 적긴 하다.  2시쯤 마침내 센트레아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일본 입국 수속이 많이 복잡해졌지만 '비지트 재팬 웹(Visit Japan Web)'을 미리 등록하면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등록해 뒀다. 다만 도착해서 등록한 페이지를 순서대로 보여주며 입장해야 하는데 해당 부분을 미리 숙지하지 않아 조금 헤맸다. 전체적인 절차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전 여권이 만료된 뒤 한동안 만들지 않다가 올해 여름에 새로 만들었는데, 새 여권에 처음으로 도장을 찍었다. 예전 여권은 속지를 추가해야 할 정도로 애용했는데 이번 여권은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사히 일본 땅을 밟고 메이테츠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예매해 둔 쇼류도 패스 3일권을 받았다. 3일 동안 나고야, 가나자와, 시라카와고, 다카야마 등지의 고속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권이다. 공항에서 나고야 시내까지 오갈 수 있는 메이테츠선 왕복권도 포함이다. 가격은 만 엔으로 예전보다 비싸졌지만 내 동선상 각각 예매하는 것보단 쌌다. 나고야 시내에서 쓸 수 있는 쇼루도 패스 1일권도 미리 구매했다. 센터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셔 시작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표를 받고 나서 플랫폼에 들어서니 마침 메이테츠선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이라 뛰어서 탔다. 타자마자 거의 바로 출발해 뿌듯했다. 반가운 일본 특유의 도시 외곽 풍경부터 거대한 굴뚝이 이어지는 중공업 지대까지 구경하고 금세 나고야 시내에 도착했다.

    메이테츠 나고야역에 도착해 조금 헤매다 메이테츠 버스센터에 가서 다카야마 왕복표를 예매했다. 젊은 남직원이 번역기까지 써 가며 소통해 주어 감동이었다. 그의 친절에 '와까리마시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라는 일본어 끝인사로 화답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역 근처를 잠시 구경하며 먹을 거 없나 둘러봤다. 오기 전 급하게 본 가이드북에서 메이테츠 백화점 앞 '나나짱'을 시기에 따라 다른 착장을 자랑하는 명소로 소개했다. 나가자마자 보여서 괜히 반가웠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달콤한 딸기 케이크 룩을 입고 있었다.

    여기저기 먹을 건 많았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어 결국 버스센터 내 패밀리마트에 갔다. 크림슈, 커피 등 이것저것 사서 당을 보충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회사에서 급한 연락이 와 처리했다...* 크림슈는 처음에 커스터드 크림만 들어있는 줄 알고 조금 아쉬웠는데 생크림이 같이 들어있었다. 역시 일본 편의점이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한국 편의점도 못지않거나 그 이상의 PB 제품들을 자랑한다고 들었는데 사실 막상 국내에선 편의점에 잘 안 간다.

    나고야발 다카야마행 버스가 4시 20분에 딱 오고, 4시 30분에 바로 출발했다. 다른 정거장에서 사람을 더 태우고 나서야 시내를 벗어났다.

    중간에 휴게소도 들렀다. 딱히 살 건 없었지만 정말 우리나라 휴게소와 너무 흡사해 놀랐다. 약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자판기를 빼면 공간의 시퀀스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라 은근 멀었다. 미리 산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멜론 과육이 든 우유를 먹으며 허기와 심심함을 다스렸다. 멜론 우유는 가격은 좀 나가고 내 입맛엔 달았지만 진짜 과육이 씹히고, 생각보다 그 양이 많아 좀 놀랐다.

    7시 15분쯤 마침내 다카야마노히 버스센터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중요한 허브가 될 공간이다.

    숙소 컨트리 호텔 다카아먀도 바로 보인다. 시작부터 자꾸만 예감이 좋다. 어쩌면 오랜만에 누리는 나름 긴 휴가와 해외여행으로 그냥 내 기분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내일 타려고 하는 다카야마발 시라카와고행 버스는 예매를 하지 않았다. 내려놓음이 가능한 'J'형 인간지만 본성은 어쩔 수 없다. 이제라도 예매하려고 갔는데 매표소는 7시까지만 운영했다. 그래도 시라카와고로 향하는 버스 대부분이 'Vacant'인 걸 확인했다.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눈으로 보니 조금 더 안도가 되는 동시에 혹시 모른다는 불안이 살짝 싹튼다. 귀한 시간이니 일어나지 않은 불행에 순간을 뺏기지 않으려 애쓰며 기쁜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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