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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속초·양양·강릉_2일차_정암해수욕장·설악해수욕장·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짬뽕 순두부 초당애·강문해변·횡성휴게소기행/국내 2023. 1. 14. 22:42
간밤에 자다가 웃풍으로 몇 번 깼는데 꿈에 사랑이 형이 안아 달라고 긁어, 내가 안고 뽀뽀하니 짖은 뒤 이내 푹 안기는 꿈을 꿨다. 너무 행복한 꿈이었다. 덕분인지 7시 10분쯤 일출 예정 시간을 앞두고 알람을 맞춰 뒀는데 그전에 딱 깼다. 해돋이를 보러 같이 간다던 친구들 모두 다시 자는 걸 택해 혼자 나갔다.
정암해수욕장부터 설악해수욕장까지 홀로 한갓진 아침 산책을 즐겼다. 비록 구름에 가려 떠오르는 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적당히 서늘한 공기와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가는 늦가을 하늘이 충분히 맑고 아름다웠다.
네스퀵 한 잔의 달콤한 여유를 즐긴 뒤 정암해수욕장의 파도와 자갈이 이룬 하모니까지 감상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이미 잠이 다 깼고 친구들은 아직 자고 있어 우렁 각시처럼 치우기 시작하니 고맙고 미안하게도 친구 하나가 깨서 도와줬다. 슬슬 다른 친구들도 하나씩 깨서 컵라면과 남은 반찬들로 아침을 먹었다.
11시쯤 나와 이동하기 전에 다 같이 정암해변을 걸었다. 누구와 함께하느냐, 어떤 시점에 오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도 참 다른 목소리를 지닌다.
그렇게 양양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강릉으로 향했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에 갔다. 멋진 건물에서 에티오피아 시다모라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진짜 에티오피아 출장에서 마시던 커피가 떠올랐다.
외부에 조성된 정원과 굿즈를 파는 공간까지 본점답게 여러모로 많이 신경 쓴 곳이었다. 거대한 커피 산업 안팎에서 커피 포대, 원두와 커피박 등을 업사이클링한 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기업들이 많은데 진심으로 응원한다.
슬슬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에 위치한 다이닝블루라는 식당에 갔다. 아쉽게도 예약 손님이 있어 식사가 어렵다고 하셨다. 건물부터 뭔가 맛집 분위기가 나서 나중에라도 다시 가고 싶다.
경포호에 가까이 위치한 짬뽕 순두부 초당애라는 식당으로 이동해 불맛 나는 뜨끈한 짬뽕 순두부를 맛있게 먹었다. 비전 스토어라 괜히 반가웠다.
식사 후 내기에서 진 친구가 사 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강문해변을 걸었다. 언젠가 와본 듯한 해안을 거닐며 어렴풋한 추억들을 떠올리고 낡은 배에 적힌 소중한 이름을 다시 가슴에 새겼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주차한 차를 가지러 다녀온 사이에 다른 차가 인사도 없이 떠났다. 길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 올 때처럼 돌아갈 때도 휴게소에서 만날 줄 알았다고 한다...* 오랜 친구들의 의도하지 않은 무심함에 오히려 한결같음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경기도인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다 잠시 횡성휴게소에서 쉬고 다시 우리의 고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집이 있는 친구를 위해 광주에 들렀는데 고맙게도 친구 부부가 고생했다고 고기를 사 줘 든든히 먹었다.
식사 후 판교에서 마지막 탑승객을 내려 준 뒤 드디어 나의 호숫가에 닿았다. 집에 오니 차도 나도 연료가 다 떨어졌다. 간절한 바람은 저버리고, 가장 두렵던 예감은 기어이 이루는 삶이 야속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의 어리거나 교만한 마음은 사랑 앞에 무력하다. 피로와 허무를 안고 친구들과 더불어 닿은 바다에서 풍파의 자연스러움을 어렴풋이 한 번 더 깨달았다. 여독과 별개로 관계에 대한 감사로 충만하며 한 주의 끝과 시작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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