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22 브로콜리너마저 단독 콘서트 [다정한 사월]
    문화생활/공연 2022. 4. 20. 20:18

    내가 스무 살이 갓 되었던 시절엔 젊은이들 사이에 일명 '홍대병'이 창궐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심야 라디오를 통해 인디 밴드를 처음으로 접하고 나름의 취향을 키워가던 나는 대학에 입학한 후 만난 환우(?)들과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우정을 키우곤 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당시 아이코닉한 밴드 중 하나였다. 그때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던 노래들을 여전히 즐겨 듣는데, 특히 고3 말미에 발매된 '2009년의 우리들'이란 곡은 차가운 교실에서 짝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다 09학번이 됐던 나에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고, 지금도 소중하다. 이제 앳된 시기는 꽤나 지났지만 한결같은 어설픔을 간직한 채,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열린 브로콜리너마저 단독 콘서트 '다정한 사월'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찾은 주말의 홍대 인근은 한때의 우리들처럼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인파를 헤치고 도착한 공연장에서 아스라한 설렘을 느꼈다.

    공연은 소극장에 울려 퍼지는 잔인한 사월을 시작으로 익숙한 곡과 생소한 곡의 향연으로 이어졌다. 사실 생소하다는 것도 상대적이라 최소한 얼핏 들어본 노래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와 2009년의 우리들을 듣지 못해 아쉬웠으나 밴드의 수준 높은 농담과 멤버 간의 케미 그리고 앙코르에 담긴 진심과 위트가 무척 재밌었다. 왜인지 뜬금없는 순간에 눈물이 조금 맺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주중에 앓았던 질병의 여파로 이어진 육체적인 피곤함이 버거웠다. 그럼에도 보통 내가 공연장에서 주로 느껴 온 먹먹함보다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컸다.

     

    방구석 이어폰에서 위로를 구하며 홀로 일렁이던 젊은이는 어느새 혼자 콘서트를 찾아 마음을 축이는 으른이 되었다. 밴드의 바람처럼 악명 높은 사월의 남은 나날이 다정하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안고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그 시작이 유독 잔인했던 달이었으나 왠지 남은 날들에는 약간의 인정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곡이었던 '유자차'의 가사처럼 따뜻한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