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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미국 서부 여행_2일차(3)_샌프란시스코_시티라이드 렌털스·팬핸들·골든 게이트 공원·프레시디오 오브 샌프란시스코·골든 게이트 브리지(금문교)·소살리토
    기행/해외(북미) 2021. 7. 8. 22:42

    시빅 센터에서 나와 히스패닉 아주머니가 팔고 계신 길거리 핫도그를 사 먹었다. 가격은 5달러로 저렴하진 않았지만 맛있었다. 

    사전에 유심히 봐둔 시티라이드 렌털스(CityRide Bike Rentals)에 가서 자전거를 빌렸다.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 반일로 쳐서 20불만 내고 출발했다.

    시작부터 오르막길이 이어져 힘들었다. 힘내서 평지에 다다라 팬핸들(The Panhandle), 골든 게이트 공원(Golden Gate Park)까지 지났다. 함께 가던 일행분은 너무 힘드시다고 먼저 가라고 하셔 이쯤부터 혼자 달렸다. 개인적으로 골든 게이트 공원 같은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여유가 없어 스쳐가는 게 아쉬웠다.

    금문교로 향하는 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생경한 동네, 반려견 산책로, 골프장(!)까지 다양하게 거쳤다.

    다시 오르막길도 나타났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 인생에선 다소 서글픈 명제일지 모르나 자전거 여행자에게 그만큼 위로되는 말도 없는 것 같다. 내려가는 길에서 우연히 오토바이 부대를 만났다. 앞바퀴를 들고 달리는 오토바이와 신나게 내달리며 짧은 폭주(?)를 함께 했다.

    리조트처럼 보이는 해안에 닿아서야 저 멀리 골든 게이트 브리지, 금문교가 보인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이 프레시디오 오브 샌프란시스코(Presidio of San Francisco)라는 또 다른 공원이었다. 지명에도 남아있듯 원래 병영이 있던 일종의 군항이었다고 한다. 아프리카계 미국 군인을 추모하는 공간도 있었다.

    돌아보니 도시가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인다.

    2시 30분쯤 시내에서 출발했는데 사진 찍고 헤매다 보니 꽤 오래 걸렸다. 4시 10분에 드디어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 도착했다. 세계 최초 현수교는 여전히 당당한 위용을 자랑했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의 밑은 생각보다 앙상한 느낌이다.

    바다와 하늘이 뭔가 심상치 않다. 

    세찬 바람을 뚫고 다리를 건넜다.

    7시까지는 자전거를 반납해야 해서 금문교만 건넜다 다시 올 생각이었다. 막상 다리를 건너 마린 카운티에 닿으니 욕심이 났다. 소살리토(Sausalito)까지 가는 길이 거의 내리막이래서 용기 내어 페달을 밟았다. 아주 중요한 분기점에서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사서 고생하길 좋아하는 나...*

    길은 보기에도 정말 고왔고 역풍이 있어도 내리막 덕에 저절로 나아가게 하는 다정함도 갖췄다.

    해안가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을 보자니 왠지 이탈리아 남부 포시타노가 생각난다.

    30분 정도 달려 페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 마음을 졸였다.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사설 교통수단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분들이 많았고, 실제로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은근 있었다. 도착하고 얼마 안 되어 페리 한 대를 보내고 마음 졸이며 3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11달러 내고 배에 탑승했다!

    배에 타고도 20분 정도 지난 5시 40분이 되어서야 출항했다. 어제 받은 기라델리 초콜릿 한 점, 남은 물 한 모금으로 심신을 달랬다.

    바닷바람 시원하게 맞으며 멀어진 소살리토와 다가오는 샌프란시스코의 원경을 누렸다.

    알카트로즈 섬은 거의 스쳐 지나가 뜻하지 않은 유람을 거저 했다.

    바다에서 바라본 도시는 또 다른 모습이다.

    배를 타고 25분 만에 페리빌딩에 도착했다. 통제 속에 순서 기다리다 나오니 어느새 6시 15분이다.

    렌털 숍까지 한 30분이면 가는 거리라 여유가 있었지만 그냥 열심히 달렸다.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이 마지막 스퍼트에 힘을 더했다. 무사히 반납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프라이드 끝나고 정리 중이라 경찰들이 마켓 스트리트에 쫙 서서 교통통제를 하고 있었다. 차량은 통제되고 자전거는 그 옆으로 다니기에 따라갔다. 괜히 분위기에 취해 신나게 달리다 청소차와 경찰차 피한다는 게 그만 케이블카 철로에 바퀴가 끼었다. 바퀴가 빠지더니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고 금세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 찰나가 슬로 모션처럼 느꼈다. 거리에 사람이 꽤 많았다. 나를 보고 '오.. 오... 오?! 와아아!!!'라고 외치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축제로 들뜬 사람들이 넘어진 나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세상 아팠지만 부끄러움이 더 컸다. 괜찮냐고 묻는 경찰 선생님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WARNING. 자전거 바퀴가 여기 낄 수도 있습니다.

    아픈 몸 부여잡고 달려 6시 47분 렌털 숍에 도착했다. 무사히 반납하기까지 짧고도 긴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반납을 마치고 뒤늦게 몸을 살피니 무릎이랑 팔꿈치가 그대로 갈렸고 여행 온다고 산 바람막이도 찢어졌다. 특히 무릎이 넓고 깊게 까져 놀랐다. 뼈가 안 나간 게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렇게 넘어지면 잘 다치는 부위 중 하나가 쇄골인데 만약 여기서 쇄골이 골절됐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여행이고 뭐고 정말 큰일날 뻔했다. 여정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기적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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