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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대만 여행_3일차(4)_화롄(타이루거 협곡 트래킹)_티엔샹·양덕사·공정포자(공정빠오즈)
    기행/해외(아시아) 2021. 5. 30. 10:04

    정류소 간 거리가 유독 짧아 티엔샹(천상, 天祥)은 5분 만에 도착했다. 티엔샹은 타이완 하오싱 버스로 올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자 종점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써 3시 40분이다!

    정류장만 있던 다른 곳과는 달리 기념품 가게를 비롯해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었다.

    걷다가 시선을 느껴 쳐다보니 원숭이들이 있었다. 아마 관광객들이 먹을거리를 주곤 하나보다. 쓱 쳐다보더니 내가 딱히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직감했는지 금방 시선을 거뒀다. 역시 똑똑해...*

    500원 없습니다...

    주위를 가볍게 둘러 보고 3시 50분부터 양덕사(Xiangde Temple, 祥德寺)에 오르기 시작했다.

    멋진 다리와 정문이 인상적이다.

    초입부터 여러 불상이 반겨준다.

    산 중턱에 위치한 절이다 보니 계단이 많다.

    운무가 가득한 길을 전세 낸 듯 올라 구경하니 마치 신선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날이 흐리고 비가 많이 와 고생은 했지만 그를 상쇄하는 절경을 선물받았다.

    대웅전으로 보이는 건물과 거대한 불상이 화려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운무이다. 때로 흐림이 맑음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걸, 보이지 않아 드러나는 아름다움도 있다는 걸 배운다.

    한 바퀴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빗발은 여전히 거셌지만 그 또한 고요하게 느껴진다.

    잘 보고 내려오다 돌계단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순간 아차 싶었는데 그땐 이미 늦었다. 몸이 붕 뜨며 쓰러졌다. 크게 넘어져 누운 채로 관성에 의해 계단 서너 개를 더 미끄러졌다. 골절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메고 있던 큰 백팩이 일종의 에어백 역할을 해줘 기적적으로 고관절 타박 정도로 끝났다. 하마터면 뇌진탕 혹은 그보다 더한 큰 사고를 겪을 뻔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불자는 아니지만 왠지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매일 출퇴근을 함께하고 아프리카 출장에도 동행하는 애착 가방(?)에게 감사를 표한다. 

    바로 그 계단

    원래도 나름 조심히 걷고 있었지만 한 번 데인 뒤 극도로 조심하며 내려갔다.

    하산을 마치니 어느새 4시 30분이다.

    보시를 받는 스님과 정문을 뒤로하고 다시 속세로 돌아왔다.

    석회질을 가득 머금은 물과 절을 품은 하늘, 산이 하나처럼 느껴지는 풍광이다.

    뒤늦게 근처를 둘러 보았다.

    오늘 정말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미처 못 가본 곳도 꽤 된다. 언젠가 다시 오고 싶다. 흐린 날 와봤으니 다음엔 날이 좀 맑았으면 좋겠다.

    비가 계속 쏟아진다. 지붕 아래 비를 피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귀엽다.

    하루 종일 미처 비를 피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이 귀엽지 않다. 흰 티를 입고 갔더니 비와 땀에 절어 거의 시스루룩이 됐다.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킨 기분이다. 온종일 뒤에서 나를 지켜준 가방이 평소보다 더 사랑스럽다.

    근처에 바이양 트레일이 있었는데 미처 몰랐다. 사실 화롄 여행 자체를 오는 기차에서 거의 준비해서 이 정도 누린 것도 기적이다 싶다. 여행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마침내 그 시간이 무사히 종결됐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부류인 것 같다. 지친 몸과 뿌듯한 마음을 이끌고 화롄역으로 가는 5시 버스에 탔다.

    6시 30분 즈음 역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가기 위해 돌아가는 기차를 조금 늦게 잡았다. 30분 정도 걸어 화롄 맛집이라는 공정포자(공정빠오즈)에 갔다. 현지 분들이 드시는 걸 보고 찐만두(자오쯔) 1판, 샤오룽바오 5개, 두유, 탕을 따라 시켜 배 터지게 먹었다. 맛도 정말 좋았는데 총 4천 원 정도 밖에 안 나와 정말 감동받았다.

    타이베이보다 훨씬 인적이 드문 밤거리를 걸어 역으로 돌아갔다.

    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8시가 되었다.

    조금 기다린 뒤 8시 40분에 열차가 출발했다.

    올 때 보다 훨씬 깔끔한 내관과 안락한 의자가 반긴다. 올 때에 비해 좌석이 거의 텅 비어 있다. 편의점에서 여러 개 샀던 춘추이허 밀크티로 심심함을 달랬다.

    상아색은 그냥 밀크티

    타이베이 역에 오니 어느새 11시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숙소에 와서야 짐과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관광보단 탐험에 가깝던 하루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타이루거 조난기. 엄청 고됐지만 그 이상으로 뿌듯했다. 타이루거 협곡은 그야말로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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