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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내일로_4일차(3)_대구_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스토리하우스·안지랑골 곱창골목·똔똔이 곱창막창·서문시장·평화시장 닭똥집 골목·궁전 라벤더(feat. 서른 즈음에)
    기행/국내 2020. 12. 31. 18:25

    한 30분 걸어 마침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인근에 도착했다. 조용한 골목에 들어서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일명 김광석 길은 가수 김광석이 살았던 방천시장 인근에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주제로 조성한 벽화거리이다. 다른 곳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스웨덴세탁소의 멤버 중 한 명도 대구 태생인데, 대구는 역시 음악의 도시다(?).

    길 바로 옆에 추억과 추모를 위한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가 있었다. 생전에 남긴 노래, 유품을 비롯해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다. 나는 특히 그가 글들과 이야기들을 통해 깊은 위로를 받았다. 감히 그의 노래 같은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래 듣기 부스에서 불후의 명곡인 '서른 즈음에'를 듣다 감동과 위로를 동시에 받아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노래가 남긴 여운을 곱씹으며 그의 글을 보니 왠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것만 같다.

    한껏 충만해진 마음으로 나와 거리를 걸으니 모든 것들의 감동이 다 배가됐다.

    벽화들은 각기 다른 작가의 화풍과 김광석의 감성이 맞물린 작품이었다. 노래 '서른 즈음에'에 대해 김광석이 직접 남긴 글이 벽화에 쓰여있었는데 특히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너무 좋아서 이례적으로 지인들에게도 공유했다. 나는 28살이긴 했지만 일명 서른 즈음 병에 걸려 다소 지치고 무기력한 상태였다. 동병상련이었을까... 별다른 위로의 말이 없는데도 너무 와닿는 온기였다. 33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게 새삼 아쉽고 안타까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보고 김광석길 관광안내소서 내일로 이벤트가 있대서 참여했다. 실리콘 네임텍이나 핫팩 중에 선택하여 받을 수 있었는데, 나는 실리콘 네임택을 받았다. 굿즈 자체도 기대 이상으로 고퀄이었다. 마음속으로 싱글벙글하고 있는데 안내원 분이 나 혼자 왔다고 하니 사진 찍어주신다며 안내소 밖으로 나오셨다.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는데 사진을 엄청 정성껏 여러 장 찍어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싸랑해요 대구!

    대구는 사랑입니다♡

    바로 옆 방천시장도 얼핏 봤는데 때를 잘못 맞춰 왔는지 휑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버스로 안지랑역으로 이동했다. 10분이 채 안 되게 걸었을까, 어마어마한 수의 곱창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유명한 안지랑골 곱창골목이다.

    똔똔이 곱창막창에 가서 곱창 반 바가지와 막창 1인분을 시켰다. 약간 많은 듯했지만 곱창 반 바가지를 시키려면 다른 것도 시켜야 한대서 무리했다. 막상 먹으니 맛있어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안주발이라는 말을 깨달으며 사이다를 맛있게 비웠다. 옆자리 아주머니가 내 컵을 엎어 바지가 좀 젖었어도 괜찮았다. 기분이 좋으니까. 1시간 넘게 혼자 맛있게 먹고 나왔다.

    과식, 과음 OK. 맛있으니까...

    여행에 오니 갑자기 생각나는 친구가 있어 연락해서 내일로 중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친구는 돈도 버는 놈이 왜 사서 고생하냐고 반문하더라. 잠깐 답을 고민해 봤지만 마땅한 답이 없었다. 그냥 못해봤던 거라 해보고 싶었다. 그 와중에 서문시장이 좋대서 발걸음을 옮겼다.

    대명역에서 탑승해 명덕역에서 환승했다. 전철이 너무 깔끔하다. 아픔이 있어서일까 왠지 그 어느 곳보다 성숙하게 느껴지는 지하철이었다. 대구의 3호선은 지상 모노레일이었는데, 진짜 멋있다.

    서문시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7시였다. 처음엔 상점들이 거의 닫혔거나 닫는 분위기라 장사가 잘 안되나 싶었다. 알고 보니 야시장은 한 골목에 모여있었다.

    화려한 루미나리에, 상인과 고객들이 내뿜는 활기, 버스킹, 소방서에 쏘는 영상 등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즐겁게 구경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했던 대구 여행을 마치고 버스에 탔다. 미리 봐둔 동대구역 근처 찜질방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꽤 멀어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구 칠성시장 포차거리도 지나고 대구 여기저기를 드라이브로 구경했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인근에 마침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있어 또 구경했다.

    바로 찜질방에 가기엔 시간이 조금 일러 투썸플레이스 가서 녹차라떼 하나 시키고 일기도 쓰고 하루를 정리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I love 대구'였다. 대구 자체도 물론 너무 특별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줬다. 가령 오늘 경주에서 오는 기차에서 친구에게 들은 '확실히 No가 아니면 일단 Go!'라는 말과 김광석 님이 메뚜기에게 들었다는 '나도 살아있어 움직여, 사치스러운 생각 말고 열심히 살아!'라는 말(?) 등 여러 메시지가 특히 위로가 됐던 날이었다. 그게 대구여서 더 좋았던 것 같고... 심지어 카페 BGM으로 애프터나잇 프로젝트의 '그대가 잠든 밤'도 나왔다! 알면 알수록 매력 있던 대구. 의외의 순간 많은 위로가 되어준 도시였다.

    내일 마지막 행선지도 정동진으로 깔끔하게 맘을 굳혔다. 내일 이른 새벽 기차를 탈 생각이라 패기 돋게 정한 마지막 숙소는 '24시 찜질방', 궁전 라벤더였다. 씻고 자리 잡은 뒤 12시쯤 자려고 누우니 막상 잠이 안 와 1시 넘어 간신히 잠들었다. 그런데... 2시 20분경 사건이 발생했다. 아마도 분노조절장애로 보이는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욕하고 소리 지르다 못해 주무시던 분을 코 곤다고 발로 차서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결에 쳐다봤다가 뭘 꼬나보냐고 뚝배기 깨버린다고 쌍욕을 먹었다. 놀라서 가슴은 뛰었지만 왜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냥 무시하고 자려고 했는데 계속 그러셔서 결국 다른 곳으로 향했다. 대구에서의 기억이 너무 미화되지 않도록 도와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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