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티스토리 블로그 10주년을 맞은 짧은 단상 (feat. 저품질 블로그와 최적화 블로그)
    일상/생각 2022. 5. 31. 16:06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블로그의 첫 글은 제대하고 복학한 직후인 2012년 3월에 작성되었다. 그 이후로 10년 동안 무려 600개가 훌쩍 넘는 글을 썼고, 그 속엔 대학시절의 풋풋함과 첫 사회생활의 치열함 등이 오롯이 남았다. 연이은 해외출장을 핑계로 기록이 뜸했던 시기도 있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이탈리아 여행은 불과 열흘 가량의 여정을 무려 2년 6개월 만에 정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일기를 쓰는 일과처럼 조금 더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블로그에 옮기는 행위는 습관이 되었다.

     

    블로그를 부업처럼 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애쓴 것에 비해 조회 수나 댓글은 적고 심지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14년엔 일명 네이버 저품질 블로그가 되어 그나마 있던 유입마저 곤두박질쳤었다. 네이버 측에선 저품질 블로그와 최적화 블로그란 개념에 대해 정체가 모호한 개념이라고 공지하는 동시에 네이버 검색 랭킹에 반영되는 알고리즘 상에서 출처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한 C-Rank 등 평가 알고리즘은 실존한다고 말한다. 아마 내가 적은 것 중 무언가가 내 블로그를 검색창에서 믿을 수 없는 곳으로 여기게 만들었겠지. 덕분에 나는 이웃도 없고 상대적으로 검색 유입도 어려워 가뜩이나 섬 같던 티스토리를 떠나 네이버로 옮길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곳에 대한 애정과 누군가 봐주는 것보다 스스로 쓰는 것 자체에 더 의미를 두며 머물렀다. 이후로 보다 사적이고 내밀한 글감들로 채워진 이곳은 박수영의 갈라파고스 제도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마음껏 쓸 수 있는 공간 덕에 속에 있는 말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더 배우고, 이미 지나간 순간들을 한 번 더 사는 것처럼 되짚을 수 있었다. 쓰는 사람의 태도를 가늠하며 성실하게 나름의 언어 밭을 가꿨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가치를 깨닫던 와중에 무려 8년 만에 일부 네이버 검색창 상단에 나의 글들이 다시 노출되기 시작했다. C-Rank의 한시적인 관용일지 모르나 일종의 격려처럼 느껴져 감사하다. 드물게 메인에 내 글이 노출되어 누렸던 기쁨처럼 마음을 비웠을 때 오히려 채워지는 진리를 새삼 체감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따뜻한 무언가를 써내는 사람이고 싶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