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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이(Toy) - 세 사람 (With 성시경)
    문화생활/음악 2023. 4. 9. 21:36

    막역한 죽마고우와 베프가 결혼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좋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주제넘게 흐뭇하고 감사하다. 각자의 서사를 웬만큼 이해하기에 결혼으로 완결된 그들의 지난 시간과 새로운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벗들이다 보니 하객 중에 아는 사람이 참 많았다. 초중고 시절을 비롯해 심지어 대학 생활까지 넘나드는 뜻밖의 반가운 얼굴들로 놀라곤 했는데, 숫기가 없던 십 대에 성과 이름을 함께 부르던 여자 사람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이름만 부르며 알은체하는 내 모습도 놀라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름만 불러 본 초등학교 동창도 있었다.

     

    친한 셋 중 둘이 결혼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토이의 '세 사람'이란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나의 경우, 짝사랑으로 점철된 인생이지만 다행히 이 친구들과 서먹해질 마음은 품지 않았다. 다만 괜히 울컥하던 결혼식이 끝나고 마침내 혼자가 되었을 때 왠지 모를 헛헛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낯설었다. 아마도 노래 가사처럼 '나의 청춘이 멀어진다'는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다. 결혼 후에도 계속 볼 인연이지만 삶의 한 페이지가 돌아갈 수 없이 지났다는 걸 실감하게 한 시간이었다.

     

    많은 이름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따라 다르게 지어진다. 그렇게 어떤 마음은 한 사람의 발자취에 그치거나 두 사람의 발걸음로 이어진다. 못난 생각인 줄 알지만 내가 미처 닿지 못한 곳에 먼저 이른 친구들의 동행이 아득하게 부럽기도 하다. 모든 일은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음에도 성취 없이 성장만 이룬 억지 노력들이 새삼 씁쓸하다. 언젠가 나도 그곳에 이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필연이 있다면 제때 이뤄지겠지. 분명한 건 사랑하는 이들의 행복을 정성껏 기원했던 어떤 날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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