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수현 - 나의 봄은
    문화생활/음악 2022. 5. 16. 21:14

    이십 대에는 속내를 말로 하는 게 지금보다 어려웠다. 아주 가까운 몇몇 이들은 얼핏 내비친 마음을 먼저 알아채기도 했지만 확실치 않은 것들을 언어로 옮기고, 남기는 게 조심스러웠다. 타인에게 받는 위로는 일시적인 힘은 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건방진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속이 너무 시끄러울 때면 정작 일상에선 침묵하면서 노래에 빗대 내 마음을 표현한 글들을 이렇게 불특정 다수에게 터놓곤 했다. 나이를 먹으며 뜸해지기도 했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참 많은 넋두리를 내뱉었다.

    솔직히 혼자만의 시간을 진심으로 즐긴다. 홀로 여기저기 자주 다니고 외따로 산책을 하며 숨을 고르곤 한다. 예전에 책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을 읽다가 ‘Solitudine Solatium(Solace in solitude)’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는데, 라틴어로 ‘고독함의 위로’라는 의미라고 한다. 저자 한창수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의도적으로 홀로 있음을 선택한 삶의 방식인 ‘고독 solitude’은 타인과의 연결이 끊어진 결핍 상태를 말하는 ‘외로움 loneliness’과는 다르다. 자의든 타의든 삶에 쌓인 외로움을 통해 고독의 위안을 어느 정도 체득하고 누려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다 고독을 벗어나야 하는 때라고 느껴 나름의 용기를 냈고 결과적으로 더 큰 외로움으로 되돌아왔다. 누군가에게 굳게 닫았던 마음을 열려고 하면 그 대상이 금방 내가 아닌 다른 인연을 찾는다는 박수영의 축복이란 농담은 정작 나에겐 저주같이 느껴진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을 것 같고 남들에게 평범한 행복이 욕심일 것 같은 확신이 큰맘 먹은 다짐을 초라하게 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광야가 아닌가 생각하며 한동안 스스로 옭아매다 어느 날 문득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일련의 일들과 고민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또 그만큼 품이 자랐나 보다.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일들은 막상 겪으니 견딜 만했다. 얼마 전 자전거를 타다 생긴 상처는 새살이 돋으며 쓰라림과 간지러움을 동시에 준다. 모든 것엔 양면이 있고 단순성과 복잡성이 함께 깃든다. 자양분이 된 지난 일들을 뒤로하고 그냥 나에게 주어진 길을 꾸준히, 열심히 나아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다지는 요즈음이다.

    기대와는 다르게 한 시절이 흘렀지만 오히려 좋다. 무언가 할 기운은 없고 위안은 얻고 싶던 차에 애정하는 노희경 작가님과 박해영 작가님의 신작이 나와 즐겨 보지 않던 드라마를 챙겨 보고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 각각 다르고도 같은 결로 온기를 전해줘 고마울 따름이다. 마침 오늘 본 나의 해방일지 12화에 이런 명대사가 나와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드라마란 주인공이 뭔가를 이루려고 무지 애쓰는데 안 되는 거래.


    때로 버겁지만 분명 언젠가 마음이 글로 범람하던 순간들을 한없이 그리워하겠지. 훗날 오랜 소망이 이뤄질지 모르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다. 나의 봄은 아직 멀지라도 모든 계절은 나름의 아름다움을 내포한다. 지나고 보면 지금이 봄날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여기에서 사랑하는 존재들과 삶 그 자체를 정성을 다해 추앙해야지! 나는 이미 좋은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박수영의 상상도 현실이 된다.

     

    728x90
    반응형

    '문화생활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시경 - 마음을 담아  (0) 2022.06.09
    유재하 -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0) 2022.05.16
    페퍼톤스(Peppertones) - long way  (0) 2022.05.09
    박재정 - 그대만을 위한 사랑  (0) 2022.04.27
    Sondia - 어른  (0) 2022.04.1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