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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자전거길·금강자전거길_2일차_청주·대전_대청댐인증센터·신탄진의원·로하스모텔·동경잇쇼쿠 2호점·루아기행/자전거 2022. 5. 14. 10:03
아침에 깨서 미적거리다 어제 산 모카크림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준비하고 나오니 어느새 8시 40분이다. 호기롭게 오늘 공주 혹은 부여까지 가볼 것을 다짐했다. 한 치 앞도 모른 채...*
아침의 무심천변엔 출근하거나 운동하는 청주 시민들이 꽤 많았다. 여행 중엔 타인의 일상이 더 잘 보이고, 그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느낌이 꽤 짜릿하다.
흐드러지게 핀 냇가의 이팝나무 꽃을 보며 작년에 친구들과 벌레만 많을 때 왔던 걸 떠올렸다. 그때도 나름 예뻤지만 꽃이 만발한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오천자전거길의 다음 인증센터는 합강공원인증센터이지만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금강자전거길에 있는 대청댐인증센터에 먼저 가기로 했다. 청주 시내를 지나니 차도 옆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맑은 하늘 아래 평탄한 길을 따라 즐겁게 달리다 대청댐에 가까워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조금 힘은 들었지만 고운 풍경을 즐겁게 구경하며 가다 보니 금세 거대한 둑이 내려다보인다.
그렇게 마주한 마지막 다운힐에서 들떠 조금 속력을 높였다. 기분 좋게 바람을 가르다 반대편에 차가 지나가 얼핏 살피고 핸드폰에 뜬 알람을 무심결에 보고 정신 차리니 그새 붙은 속력으로 조향이 안됐다. 급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자전거가 밀리며 결국 가드레일에 자전거 그리고 팔과 다리를 부딪히며 간신히 세웠다.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자전거는 생각보다 멀쩡했고 팔다리도 겉으로 보기엔 괜찮았다. 넘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팔과 무릎이 욱신거렸지만 팔 토시만 조금 찢어졌고 당장 눈에 띄는 상처는 없어 놀란 맘과 몸을 달래며 다시 달렸다.
11시 10분쯤 대청댐인증센터에 도착했다. 근처에서 잠깐 쉬다 팔의 통증이 심상치 않아 팔 토시를 벗기니 아뿔싸 누가 봐도 봉합이 필요해 보이는 외상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억지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119를 부를까 잠시 고민하다 그 정도 응급 상황은 아니고 자전거는 탈 수 있으니 근처 병원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와 상처여서 깜짝 놀랐는데 바로 침착하게 해결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스스로 어른같이 느껴졌다.
달고나 커피우유로 목과 마음을 축이고 대전 쪽으로 향했다.
지도에서 '외과'로 검색하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하다 너무 힘들어 대전 신탄진 근처 벤치에서 어제 산 단팥크림빵과 커피우유로 점심을 때웠다. 쉬며 다시 알아보니 봉합은 정형외과에서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마침 근처에 병원이 있었다.
그렇게 신탄진의원에 12시 30분에 도착했는데, 딱 그때부터 점심시간이었다. 다행히 대기실은 열려있어 꼬박 1시간을 기다려 세 바늘 꿰매고 왔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이러고도 조금 더 강행했을 것 같은데, 더 이상 여행은 무리라 판단되어 차편을 알아보며 고민했다. 오늘 올라가도 평일이라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없고, 대전복합터미널까지 가자니 약 10km 정도를 이동해야 했다. 바로 옆에 신탄진역이 있어 내일 아침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소식을 들은 동네 친구가 힘내라고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보내줘 스타벅스 대전신탄진DT점에 가서 롤린 민트 초코 콜드 브루 마시며 숙소 잡고, 저녁에 대전 사는 또 다른 친구와 급작스레 약속을 잡았다.
숙소는 역 근처에 있는 로하스모텔이었다. 왜인지 호텔 로하스, 로하스모텔 등의 상표가 여기저기 혼용되어 부착돼 있다. 4시쯤 체크인했는데 방은 조금 낡았어도 이것저것 다 있었다. 나는 보통 가격이 저렴한 숙소를 애용해 왔기에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다만 담배 쩐 내가 어질할 정도로 너무 심했다. 방을 바꿔달라고 말할 기운도 없어 그냥 환기하고 씻었다.
좀 쉬다 퇴근하고 택시로 와 준 친구를 만나 동경잇쇼쿠 2호점에 가서 미소라멘을 맛있게 먹었다. 어쩌다 보니 아침점심을 크림빵으로 먹었는데 뜨끈한 국물이 속을 풀어줬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루아라는 카페에 가서 동남아의 향수를 일으키는 코코넛 연유커피 프라페를 마셨다. 진지한 고민, 가벼운 농담을 솔직하고 즐겁게 나눈 뒤 친구는 9시쯤 기차로 귀가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피곤했을 텐데 짧지 않은 거리를 다녀가 너무 고마웠다. 덕분에 뜰 뻔한 시간이 또 다른 여행으로 채워졌다.
숙소로 돌아와 방에 있는 컴퓨터로 오랜만에 피파온라인을 좀 즐기다 12시 넘어 잠을 청했다. 비록 가려던 목적지엔 닿지 못했지만 그 덕에 생각지 못한 곳에 이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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