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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
    문화생활/전시 2021. 12. 5. 14:14

    스페인 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회고전이 'Imagination and Reality'란 부제로 DDP에서 열렸다. 그의 원화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빈지노의 Dali, Van, Picasso을 읊조리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으로 향했다.

    살바도르 달리~밴 고흐 가취~피카소 인 마 바디~

    주말에 다녀온 후기를 보니 몇 시간 기다리기도 한다던데 평일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났음을 인증하고 입장했다. 한산한 밖과는 달리 내부는 인파로 가득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입장 인원수 제한을 두는 전시관들이 많았는데 일시적으로 완화된 방역수칙으로 오랜만에 타인과 발걸음을 맞추며 누군가의 뒤통수 사이로 관람을 이어가는 경험을 했다.

     

    스페인의 피게레스 달리 극장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부터 미국 플로리다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까지 총 3개 미술관의 소장품이 전시된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바보다는 원화의 질과 양이 조금 아쉬웠다. 뉴욕 MoMA에 갔을 때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억의 지속'과 엇갈리며 생긴 갈증의 해소는 미뤄야 했다. 그럼에도 굳이 총평을 한다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거장의 예술과 삶에 대해 정리된 작품과 해설이 그의 성장 과정과 시기별 작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되었다. 인상주의를 비롯해 다른 화풍으로도 수준급의 그림을 남긴 걸 보며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 또 다른 경지를 이룩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되새겼다. 지독한 고독과 불안을 딛고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구현하고도 회화와 일러스트에 이어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자신의 세계관을 넓혀간 에너지와 선견지명도 놀라웠다. 덕분에 그의 작품에 담긴 개미, 목발, 시계, 신발 등의 의미를 여러모로 되짚어 볼 수 있었다.

     

    그의 평생에 함께한 '갈라'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전시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내가 알기론 달리는 갈라를 평생토록 사랑했지만 바람과 여러 갈등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사랑은 때로 누군가를 선택해 끝까지 이어가는 노력 그 자체를 의미하지만 또 어떤 사랑은 재앙 같음에도 한 삶이 재가 될 때까지 타오를 수밖에 없는 운명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찾아올지, 어떤 형태로 머물다 어떻게 떠나갈지 모르는 게 사랑이기에, 허락된 찰나를 승화시켜 타인과 향유하는 데 성공한 누군가를 우린 예술가라 부르는 게 아닐까? 

     

    전시가 꽤 크고, 사람이 정말 많아서 보는 데 거의 2시간이 걸렸다. 사진 및 영상 촬영이 가능한 곳은 전시 끄트머리의 두 곳 정도밖에 없었다. 먼저 Dreams of Dali는 작품명처럼 작가의 사후에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달리의 꿈' 속을 유영하는 듯한 내용을 담은 영상이다. 작은 방을 몽환의 숲(?)으로 만들며 360도로 상영되고 있었다.

    마지막 대미는 설치작품 '메이 웨스트 룸(Mae West Room)'이었다. 당대의 유명 배우였던 메이 웨스트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 발상도 재밌지만 달리의 끊임없는 열정과 다양한 결과물이 존경스럽다.

    작품 그 자체로 스탕달 신드롬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작품을 통해 엿본 예술가의 삶에서 못지않은 감동을 받곤 한다. 이번 전시도 태어날 때부터 죽은 형의 이름을 지게 된 살바도르 달리라는 사람이 숙명을 감내하고 치열하게 살아낸 발자취가 주는 초현실적인 울림이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길이 그보단 남루하고 평범할지 모르지만 어떤 면에선 동등하게 소중하기에, 마저 잘 살아내야겠다는 다짐으로 DDP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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