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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한 이타주의자_이타적 이기주의자의 탐독기
    문화생활/책 2021. 1. 10. 22:11

    (2018년에 쓴 글)

     

    왠지 냉정과 이타주의는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 적어도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한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굳이 이타주의와 양립하는 단어를 꼽자면 이기주의가 더 가깝지 않을까. 이런저런 조금은 편협한 생각이 책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때때로 섣부르고 일방적인 이타주의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나는 이타주의자라기보다는 이기주의자에 가깝다. 다만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참가한 소록도 봉사에서 남을 향하는 ‘이타주의’에 가까운 행동을 하였을 때,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굳이 규정하면 이타적 이기주의라고나 할까. 그 이후로 나는 그 맛에 빠져(?) 대학시절을 오롯이 국내외 봉사에 쏟았다. 모든 순간 그럴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조금 더 향하고 위했을 때 궁극적으로 내가 더 행복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최소한 나의 대학시절을 후회하진 않을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은 나로 하여금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남았다. 덕분에 나는 진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고, 운 좋게 지금은 비영리단체의 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속한 기관은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곳이고 자연스레 그런 가치와 꿈을 좇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각자의 동기, 직무, 가치관 등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큰 궤를 함께 한다고 느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순수한 열정 혹은 이상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었다. 이곳에 머문지 어느새 만으로 3년이 다 되어가는데, 많은 순간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마냥 배회했던 것 같다. 때로는 그 고민이 범람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레 세상을 바꾸는 여러 길에 관심이 생겼다. 작게는 NGO,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등의 개념부터 넓게는 그런 개념과는 별개로 각자의 신념을 품고 나아가는 여러 형태의 단체나 개인들까지. 그러다 그 고민은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느냐에 따라 직업으로서의 결과물도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속의 여러 사례들을 보면 왠지 그 고민들이 맞닿는 듯해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막연한 선의의 위험성을 상기시켜줬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인 플레이펌프, 그라민뱅크를 비롯해 여러 경우를 냉정이란 프레임 덕에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직업선택에 관해서까지 냉정하게 서술해가는 부분에선 더 천천히 읽었다. 첫 직장으로 비영리단체를 권하지 않는다고 해서 매우 가볍게이직이란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으론 경솔한 이타주의 못지않게 냉정한 이타주의 또한 맹점이 있다고 느꼈다. 예에전에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보았던 공리주의가 떠오르기도 했고.. 실제로 사람들의 삶, 세상의 더 나아짐 등은 100% 척도화 시킬 수 없기에 그런 맹점에 대해 겸손하며 그 냉정함으로 최대한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고민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정과 열정,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책을 보며 가장 많이 떠올렸던 단어들이다. 처음엔 얼핏 각자 대립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어 자체는 달라 보일지언정 결국 같은 본질을 내포한 것처럼 느껴진다. 다만 쓰임에 따라 그 맥이 다를 뿐. 좀 뜬금없지만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삶을 걸어가며 '언어'에 함몰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보다 다양한 관점을 갖춘 사람이 되기를!

     

    냉정한 이타주의자
    국내도서
    저자 :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 / 전미영역
    출판 : 부키 2017.02.28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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